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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경남공감> 메일을 통해 거제시의 보도자료 하나를 접했다.바다에 빠진 할머니를 구한 의인을 표창했다는 내용이었다. 구조자는 네 살배기 아이를 둔 30대 주부였다.인명구조 사례는 더러 있지만, 구조자가 주부인 경우는 드물다 싶어 사연이 궁금했다.글 박정희 사진 김정민 거제 가배항 근처 굴 따던 할머니 물에 빠져 지난 1월 초, 사고가 일어났던 거제시 동부면 가배리 가배항 부근에서 용감한 시민 이민경(38) 씨를 만났다. 지난해까지 장사도를 오가던 유람선 선착장이다. “지난해 11월 20일이었어요. 그날은 모든 상황이 참 희한했습니다. 그날따라 시어머니를 만나려고 이모님이 직장동료들과 한적해진 이곳을 놀러 왔고요. 시어머니는 그들과 선착장 대합실 2층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창밖을 내려다보셨답니다. 그때 한 80대 할머니가 바지선 모양의 개인 장비에 몸을 싣고 선착장 부근에서 굴을 따는 걸 보셨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민경 씨 시어머니는 그저 ‘할머니가 굴을 따시네’라고 생각했고,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다 무심코 또 창밖을 내다봤는데, 굴 따던 할머니가 안 보였다. 자세히 보니 허우적대고 있었다. 민경 씨 시어머니 일행은 부랴부랴 2층에서 내려와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나밖에 구할 사람이 없구나’ 판단 물에 뛰어들어 그 시각 마침 민경 씨는 그날따라 일찍 마친다는 남편(장사도 유람선 근무)과 시어머니 일행을 만나러 이곳에 도착했다. 어딘가로 향하는 시어머니를 봤고, 따라서 가본 곳엔 할머니가 까무룩 가라앉고 있었다. 주위에 남자들이 몇 명 있어서 그들이 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수영을 할 수 없는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민경 씨가 나섰다. 시어머니는 할머니를 구해야 한다 싶으면서도 염려스러웠다. 민경 씨는 “저러다 할머니 돌아가시겠어요”라며 신발을 벗었다. “잘하지는 못해도 수영은 할 수 있으니까 뛰어들었습니다. 솔직히 찰나지만 혹시 못 빠져나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구하려고 들어갔다가 못 나오는 익사 사고도 흔했으니까요. 이후 선착장 CCTV에 찍힌 걸 보니 제가 망설임도 없이 신발을 벗고 있더라고요. 조금 놀랐습니다. 초 단위로 생각이 스쳤구나 싶었어요. 당시 할머니는 이미 물을 너무 많이 먹고 의식이 없어 축 늘어져 무거웠습니다.” 구조 후 유튜브에서 배운 대로 심폐소생술, 할머니 살려 할머니를 물에서 구한 민경 씨는 시어머니와 땅 위로 올려 눕힌 뒤 119를 기다리며 심폐소생술을 열심히 했다. 한 번도 실전에서는 해보지 않았으나 망설일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아이 유치원 체험 교육 때 보고 들은 것이 있었고, 얼마 전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유튜브를 꼼꼼히 봐둔 게 도움이 됐다. 할머니는 물을 많이 토해냈고, 숨을 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그곳에서 가끔 그렇게 굴을 따곤 하셨대요. 그런데 그날 뜻하지 않게 사고가 났던거죠. 할머니는 더 오래 사실 운명이셨나 봐요. 모든 게 아귀가 딱딱 들어맞았으니까요. 만일 시어머니가 사고를 목격 못 했다면, 제가 집에서 30분 거리인 이곳을 운전해 오면서 신호를 하나라도 더 받아 1~2분 늦게 도착했다면, 제가 수영을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이후 할머니는 진주의 병원으로 옮겨져 의식을 되찾았고, 할머니 가족은 감사의 인사를 했다. 거제시는 지난해 12월 민경 씨에게 표창패를 수여했다. “살면서 누군가를 구할 일이 있을까 늘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할머니가 무사하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저 자신도 대견했고요. 자신을 지키고 남을 구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딸아이에게도 꼭 수영을 가르쳐야겠어요.” 민경 씨는 딸 채이(4)와 가배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었다.
23.02.01.22년째 지독하다 싶게 우포늪을 찍어온 사진작가가 있다.우포늪 생태계의 일부가 된 정봉채 작가가 자연이 주는 울림을 전한다.글 김미영 사진 유근종 고교 시절 첫 끌림…22년째 우포늪 앵글에 담아 기습적인 한파가 찾아들었던 날, 창녕 우포늪 인근 정봉채 갤러리(100㎡)를 찾았다.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정봉채(65) 작가와 눈인사를 나눴다. 따뜻함과 냉철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눈빛이다. 50여 점 전시 작품이 우포늪의 속살을 살며시 드러낸다. 안개, 물결, 나무, 풀 등 일상적인 피사체가 작품 속에 고요히 자리 잡았다. 절제된 풍경과 색감이 동양적 세련미를 자아낸다. 정 작가에게 우포늪은 어떤 의미일까?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라고 하지요. 자연 앞에서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수행하듯 매일 우포를 기록합니다.” 이미 우포늪 생태계의 일부가 되어 호흡하고 있는 정 작가다. 고등학생 시절 마주한 우포늪의 첫 기억과 끌림이 교직 생활 중 전업 작가의 길로 이끌었단다. 우포늪에 빠져 스며든 축적의 시간을 정 작가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오늘도 나는 늪으로 간다.”- 에세이<지독한 끌림> 본문 중 오랜 우포 생활의 깨달음 = ‘상호 시선’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물결을 포착한 작품에 덩달아 마음이 일렁인다. 물안개 피는 푸른 새벽을 담은 목가적 풍경은 야생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감상자에게 마음의 빗장을 열게 만드는 창작자의 시선이 궁금하다. “한 컷도 찍지 않고 바라보기만 할 때도 많아요. 피사체와 감정 교류의 시간이 필요해요.” 정 작가는 오랜 우포 생활에서 얻은 깨달음을 ‘상호 시선’이라고 말한다. 자연을 향한 일방적 시선을 멈추면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진다고. 개와 늑대의 시간 맞닥뜨린 멧돼지 무리와 동행했던 사례, 의심 없이 렌즈 앞까지 다가온 고라니 일화는 정 작가가 이미 우포늪의 연인이자 가족임을 증명한다. 우포를 통해 ‘자연이 주는 울림’ 전하는 정봉채 갤러리 세계 람사르총회 공식 사진작가 역임,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홍보대사이기도 한 정 작가는 환경과 우포늪 보전에 관한 관심도 남다르다. 20여 년 전에 비해 현재 우포늪의 생태가 많이 훼손됐다며, 우포에 존재하는 것들을 드러내어 그 가치를 최상으로 높여주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한다. 정봉채 갤러리 운영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며 촬영을 강행하는 작가들에게 결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을 거라고 일침을 가한다. 야생곰의 습격으로 생을 마감한 ‘호시노 미치오(Hoshino Michio·1952~1996)’, 종군 기자로 활약하며 인간애를 실천한 ‘유진 스미스 (W.Eugene Smith·1918~1978)’와 같은 작가로 남고 싶은 정 작가의 바람은 우포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복합문화공간 ‘F1963-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사진전도 계획 중이다. 도시 생활에 지친 모든 이에게 우포늪 사진작가가 전하는 야생의 힘을 충전하길 추천한다. 정봉채 갤러리 위치 창녕군 이방면 노동길 77예약 10:30 ~18:00(매주 월·화요일 휴관) 1일 3회(10:30, 14:00, 16:00) ※ 예약 필수(네이버 예약)관람료 무료문의 010-8008-4111
23.01.26.고령화와 수명 연장 등으로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10월 기준 경남 도내에는 돌봄노동자가 5만3000여 명 활동한다. 우리 사회의 필수 노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고자 경남도는 올해 처음으로 ‘2022년 경상남도 돌봄노동자 한마당’ 행사를 열어 돌봄 노동자의 노고를 격려했다. 경남도지사상과 경남도의회의장상을 받은 두 사람을 만나 돌봄노동의 현장에 대해 들었다.글 박정희 사진 유근종 “셋째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사랑으로 보살펴요~”참샘센터 장애인활동지원사 강순아 씨 강순아(63) 장애인활동지원사(이하 지원사)는 10월 경상남도 돌봄노동자 한마당 행사에서 경남도의회의장상을 받았고, 앞서 7월에는 경남 서부권 돌봄노동자 지원센터가 주는 빛나는 돌봄노동자상도 수상했다. 장애인의 정서를 고려해 사랑으로 보살핀 공로다. 지난 11월 초 진주시 금산면 강 지원사가 돌보는 가정을 찾았다. 돌봄 대상자가 있는 가정의 보호자 대부분이 돌봄 내용 공개를 꺼리는데, 지적 장애와 시각 장애가 있는 민우(가명·21) 어머니가 취재에 동의해줬다. 민우 집에서 만난 강 지원사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막 돌아온 민우를 씻기고 좋아하는 간식을 먹인 참이라고 했다. 이전의 민우는 돌발 행동도 많았는데, 강 지원사와 만나면서 많이 안정된 편이다. “우연히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길로 접어들었어요. 서점을 운영했는데, 불황기가 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지인 권유로 참샘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40시간 교육을 받은 뒤 2016년부터 활동했습니다. 지체장애인을 몇 년 돌보다 민우는 2020년 9월부터 인연이 됐습니다. 셋째 아들이라 생각하니 절로 사랑으로 보살피게 됐습니다. 남편과 두 아들도 저의 활동을 응원하고 자랑스러워한답니다.” 강 지원사는 하루 8시간씩 민우를 돌본다.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빨래한다. 민우가 기분좋으면 같이 노래 부르고, 옥상으로 가서 운동도 한다. 민우가 리듬 감각이 좋다고 칭찬했다. “쉴 틈 없이 돌보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저에게 이런 인연이 찾아와 참으로 고맙고 소중합니다. 민우를 잘 돌보고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고 싶습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진 사람들 도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마산지역자활센터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요양보호사 정정자 씨 정정자(61) 요양보호사는 경남도지사상을 받았다. 2010년부터 12년 8개월 동안 10여 명을 돌보아 왔다. 오전과 오후 3시간씩 하루 6시간 돌봄대상자 가정을 찾아가 용변 처리, 옷·이불 빨래, 식사준비와 제공 등의 일을 한다. 그는 요양보호사가 된 것이 천운이라고 고마워했다. 평범하게 전업주부로 살고 싶었으나 결혼 8년 만에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져 자녀를 건사하며 가장의 역할을 해야 했다. 식당, 공장 등 10여 개의 직장을 옮겨다니다 가톨릭여성회관 도움으로 요양보호사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초창기엔 병원에서 간병 일을 하다가 지금은 집으로 찾아가 어르신을 돌보는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한다. 1년 전부터 돌보고 있는 이는 알츠하이머 관련 질환을 겪는 40대 여성과 50대 남성이다. 용변처리를 돕는 게 가장 큰 일이다. 기저귀를 채워야하고, 달래서 화장실에 데리고 가야 한다. 언어소통도 힘들지만 눈치로 알아듣는다.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게 참 좋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몸과 마음이 힘들어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그 옛날 쓰러졌던 남편도 당시엔 의사가 가망 없다고도 했는데, 이젠 혼자 여기저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고, 자식들도 다 잘 커서 효도하니 고맙지요. 몸 안 아프면 언제까지라도 이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22.12.21.국가유공자 명패 달고, 지역사회 봉사하는 합천군청소년지원센터 ‘청 바 지’ 오는 11월 17일은 순국선열(殉國先烈)의 날이다. 합천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나라를 위해희생한 국가유공자 유족 자택을 찾아 국가유공자 명패를 달아드렸다.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를 찾았다.글 배해귀 사진 김정민 “국가유공자 명패를 달아드리며 감사와 존경 전했어요” 가을 기운이 만연한 10월 어느 평일, 학교 대신 합천의 한 국가유공자 유족 자택을 찾은 4명의 청소년들이 한껏 목소리를 높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청소년이 바꾸는 지역사회 ‘청.바.지’입니다.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려고 왔습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인사에 무공수훈자 유족인 황해동(59) 씨도 반갑게 맞아준다. 이내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명패 위치를 여쭙고 정성스럽게 부착한다. 6·25 전쟁에 참전하여 공을 세운 황연수 씨의 아들인 황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40년이 되었어요. 올해 새롭게 명패도 달고, 아이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받으니 마음이 참 따뜻해지네요. 뜻깊은 한 해인 것 같아요”라며 문 옆에 걸린 ‘국가유공자 명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김찬영(20) 군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 오른쪽 손목 연골이 찢어져 수술과 재활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치료에 전념하다가 지난해에 합천군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활동을 시작했다.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활동은 처음이라며 “제 주변에 국가유공자분들이 계신지 잘 몰랐어요. 이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 보람차요.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국가유공자께 감사한 마음도 저절로 생기는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군과 함께 이날 국가유공자 유족 자택을 찾은 아이들은 합천군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청바지’에 소속돼 있다. 청바지는 학교 밖 청소년이 지역 사회 변화를 위한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청소년 자치모임이다. 국가유공자 명패를 달아드리기 위해 한국사 공부를 했다는 임시은(18) 양은 “공부를 해보니,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어요.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자필 감사편지도 전달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학교 밖 청소년은 약 5만 20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중 경남은 2299명, 합천은 그중 27명이 학교를 그만뒀다. 합천군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이처럼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초창기에는 아이들의 학습 지원에 초점을 맞췄으나, 점차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 지난 2019년부터 국가 보훈처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검정고시와 대입 준비를 하고 있다는 김찬영 군과 꿈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임시은 양은 입을 모아 말한다. “센터에서 제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공부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다 보니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밝아졌어요. 무엇보다 센터 선생님의 격려와 응원이 힘이 돼요.” 자신의 선택에 책임감을 갖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 때로는 힘들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용기있는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22.11.22.경남도는 올해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했다.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그들은 경남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글 박정희 사진 김정민 거창군 고제면 사과 농가 근로 현장 “취재하러 오는 건 안 말리겠소만, 그때까지 사과 수확이 안 끝났을지는 모르겠네.” 추석을 앞둔 지난달 1일 거창군이 추천한 거창군 고제면 오서윤(76) 어르신의 사과 농장을 찾았다. 다행히 한창 수확 중이었다. 비 내린 뒤라 땅이 질척거려 걷기 쉽지 않다. 과수원 안쪽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린다. 10여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이른 아침부터 작업을 하고 있었다. 10여 분 뒤 도착한 어르신은 “이 먼데까지 오느라 수고하셨구먼. 근데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는다고? 일해야 하는데…”라며 난감해하신다. 외국인계절근로자 1인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월평균 200여만 원이니 어르신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하다 싶다. 1시간 쯤 지나 통역해줄 모니터링요원과 거창군관계자가 도착했다. 취재를 서둘렀다. 오전 6시부터 작업, 근로 환경 매우 만족 필리핀 푸라시 출신 농부 발모레스 엘비스(42)는 아내 제랄딘 벨트란 말론조(31)씨와 함께 지난 8월 입국했다. 지난 4월 이 농가에서 3개월 일하고 귀국했다가 재입국해서 일한다. 근로환경이 좋고, 고향보다 적어도 4배 이상 수입이 좋단다. 고향에서는 농사만 지어서는 아들하나, 딸 셋인 가족을 돌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곳 농부들은 차량운전 등 부업을 많이 한다. “숙소는 제공되지만 먹을 건 우리가 마련해야 하는데요, 어르신께서 채소 등 식자재를 많이 챙겨주십니다. 참 친절하세요.” 어르신은 실제로 겉보기엔 무뚝뚝하면서도 근로환경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일하는 중간중간 30분씩 간식시간도 지킨다. 이날은 팝콘을 간식으로 들고 오셨다. 근로자들의 평이 좋더라고 전하자 멋쩍어하신다. “그래? 그리 좋게 생각하는 줄 몰랐구먼. 사실 이들이 큰 도움이 되지. 예전에 일당 10~15만 원을 줘도 일할 사람 못 구해서 발 동동거리던 것에 비하면 참 좋아.” “더 오랜 시간 일할 수 있기를”황인철(59)모니터링 요원은 거창에서 일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대부분이 근로환경에 만족해한단다. 9월 초 현재 이탈자가 한명도 없는 것도 그래서라며 화훼농가에서 일하는 알혼 마테오 말론조(32)·제랄딘 벨트란 말론조(31) 부부의 말도 전한다. “농장주가 친절하고 물이 깨끗해서 좋습니다. 수입도 좋고, 거창군의 선진농법도 배워 행복합니다. 일하는 기간이 더 늘어나기를 희망합니다.”이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몇 개월 일하는 동안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 고향을 간다. 관광을 다니지도 않고, 허투루 돈을 쓰지도 않는다. 알뜰하고 성실한 이들의 바람처럼 더 오래 더 많이 일할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한걸음 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한 계절이 바뀔 정도의 단기간(3~5개월)에 일하는 근로자다. 농·어번기 고질적인 인력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2015년 시행하기 시작했고, 경남도는 올해부터 운용하고 있다. 농가수요조사→법무부 제출→심사→인원 배정→현장조사→업무협약→입국 등의 절차를 거친다. 농가 당 고용가능 인원은 9명 정도며, 인센티브 적용을 받으면 최대 12명이다. 경남도는 올해 상하반기 통틀어 거창군 266명, 창녕군 246명 등 17개 시군에서 총 1157명을 배정받았으며,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산재보험료, 교통비, 외국인 등록비, 마약검사비 등을 지원한다. 거창군은 경남연구원이 우수사례로 평가한 지역이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프로그램으로 정착하려면현장을 잘 아는 황인철 모니터링 요원의 말에 따르면 숙소를 제공하지 못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지 못한 농가가 많다. 현재는 숙소가 있어야 배정받을 수 있다. 그래서 숙소문제가 해결되어야 할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한두 해 하고 말 단기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인력이 없어 애먹었다는 농가의 반응이 많으므로, 3~5개월 걸리는 심사과정도 좀 줄어들 필요가 있다.
22.11.03.